명품 신발 이야기 ①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명품 신발 이야기 ①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조인스]
|
 |
| 1898년, 나폴리의 작은 마을에서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가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명민하고 독창적이며 예술적 기질이 뛰어난 덕에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화가나 수학자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아들들이 흔히 그러하듯 페라가모 역시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하는 길로 들어서는데, 그의 관심사가 하필이면 구두였다. 자연히 페라가모 집안의 부자갈등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아버지는 아들이 구두를 매만지거나 그리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고, 구두에 대한 아들의 열광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하지만 가족들의 눈을 피해 남몰래 구두를 그리곤 했던 페라가모에게도 그를 지지하는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그녀는 오빠가 구두를 그리는 동안에 망을 보는 방식으로 미래의 신발 거장을 후원했고, 이 연약한 빠뜨롱(patron)을 위해 오빠는 직접 구두를 만들어보겠노라 결심하게 된다. 이게 그의 나이 아홉 살 때의 일.
당연히 구두 만드는 일은 구두 그리는 일에 비할 수 없이 힘겨운 일이었고, 의지의 페라가모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구두 만드는 법을 배우기로 작정한다. 꼬리가 길면 당연히 뒤를 밟히는 법이다. 아버지는 열 살 도 되지 않은 어린 아들이 천한 구두 직공이 되기 위해 남모르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진노를 퍼부었다. 하지만 그 진노의 순간이 바로 페라가모 드라마가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울다 잠든 페라가모의 방에서 그동안 그려놓은 구두 스케치를 보게 된 아버지는 비로소 아들의 진짜 재능에 눈 뜨게 된다. 그 후 페라가모의 간절한 부탁과 집요한 설득으로 아버지는 아들이 구둣가게 견습공이 되는 것을 눈감아 준다.
어린 구두 견습공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최고의 화제가 되기에 부족하지만 그 어린 견습공이 사년 만에 자신의 구두 가게를 개업했다는 것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솜씨라면 두 말해 무엇 하겠는가. 페라가모의 아름다운 구두는 마을 여성들 사이에서 단연 가장 흥미로운 대화 소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에 만족할 페라가모가 아니었다. 그는 열여섯 되는 해에 형제들과 함께 미국행 배에 몸을 싣는다. 이제야 비로소 거대한 운명의 항해가 시작된 셈이며 자신만의 아메리칸 드림을 시험해 볼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형제들과 함께 미국 서부에 정착한 페라가모는 영화제작소가 있는 거리에 작은 구둣가게를 열었다. 페라가모의 선택은 탁월했다. 미국의 영화 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맞물린 시점이라 그의 구두는 당대의 스타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
 |
|
|
| 오드리 햅번, 그레타 가르보, 소피아 로렌, 진 할로우, 로렌 바콜, 애바 가드너…. 그 이름만으로도 아찔한 여배우들이 모두 자신의 발을 페라가모에게 맡겼다.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치맛단을 바람에 날리는 마릴린 먼로의 포즈는 이미 섹시함의 전설이다. 그 섹시함은 펄럭이는 치맛단에서 시작해 페라가모 구두에서 끝난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그레고리 팩과 스페인 광장의 멋진 데이트를 즐기는 내내 벗지 않았던 것도 역시 페라가모. 햅번과 페라가모가 서로의 정신세계를 존중하며 돈독한 우정을 나눈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의 여신은 예술성과 편안함을 겸비한 페라가모 구두를 누구보다 아꼈고, 신발의 제왕은 더 편안하고 더 아름다운 구두를 만들어 그 사랑에 화답했다.
실제로 페라가모는 더 좋은 신발을 제작하기 위해 UCLA 대학에서 해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신발에 대한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디자인적으로 뛰어나고 인체공학적으로 편안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페라가모는 신발 생산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고집했다. 최고의 숙련공들을 동원해 장인의 솜씨로 신발을 만들고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함으로써 페라가모의 명성은 늘 고공행진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을 피해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온 페라가모는 피렌체에 정착했는데 구두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이 뜨거웠다. 페라가모가 죽을 때까지 내놓은 구두 디자인은 약 1만 종류 이상이고, 코르크 통굽과 웨지 솔 등을 발명한 것도 역시 페라가모였다.
신발 제조 공정은 의외로 복잡하고 손을 많이 거치는데 페라가모는 1백 34가지 공정 중 중요한 몇몇 단계는 아직도 수작업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라가모 구두의 마지막 비밀 하나는 모든 공정을 마친 구두를 7인간에 걸쳐 굽는 것. 오븐에 있는 시간에 따라 구두 모양이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되는지 결정된다. 명장의 솜씨는 그만한 단련 없이 결코 탄생하지 않는다. 대륙을 넘어, 세대를 넘어, 그리고 세기를 넘어 여전히 세상의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페라가모에 발목이 붙들리길 원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언젠가 페라가모의 손자 제임스 페라가모에게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페라가모에 열광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들이 페라가모 구두를 착용하길 바라는가?”
그리고 제임스 페라가모가 답했다. “저로서는 많이 팔릴수록 좋지요, 하지만 할아버지라면 이렇게 답하셨을 겁니다.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하며 살아가는 자들이 페라가모를 신기를 바란다고.”
자료 - 페라가모 코리아.
객원기자 설은영 skrn77@joins.com |
|
htm_200711130950053000301000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