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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입력일자:2007-09-22 테일러드 슈즈 이것 참 난감하다. 유행이 오기 직전 캣워크에 등장한 옷을 보고 ‘아 맞아, 저거였어’ 혹은 ‘와 완전 대박감인 걸’같은 필이 오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아니 저걸 어떻게 입으라는 거야’ ‘이번 시즌엔 저 벨트를 허리에 감아야 하는 거란 말이지’ ‘저 가슴까지 올라오는 배바지가 머스트 해브 아이템 0순위라는거야’ 하는 대략난감을 표할 때가 훨씬 많다. 물론 참 신기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와 멋진걸’ ‘나도 하나 장만해야 겠는 걸’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아이템이 대부분이다. 스키니 진이 그랬고, 하이 웨이스트 벨트가 그랬고, 숏팬츠가 그랬고, 웨지힐이 그랬다. 뭐 그외에도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처음엔 낯설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두근거려지는 아이템들이 많다는 건 인정한다. 당연하게도 그래야지만 유행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들도 먹고 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발렌티노의 올 가을 컬렉션 중 블랙 테일러드 슈즈.> 그러나 이번 시즌 머스트 해브 아이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테일러드 슈즈(tailored shoes)는 대략난감을 넘어 이게 정말 장사가 될까 하는 의류업체 회계장부까지 걱정하게 하는 수준이다. 최근 남성용 턱시도 수트가 여성복에도 적절하게 응용되고 꽤 오래 전부터 남성처럼 입기는 유행과 상관없이 여성들에게 사랑 받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남성용 신발 같은 테일러드 슈즈가 유행한다고 해서 아주 해괴한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 낯설음은 주체할 길이 없다. 유명 백화점 캐털로그마다, 유명 디자이너들의 런웨이 컬렉션마다 미니 드레스에, 큐롯에, 정장 수트에 다 이 테일러드 슈즈가 떡하니 매치돼 있다. 다시 말하면 디자이너들이 이구동성 “올 가을엔 꼭 이 신발을 신어 줘 제발. 그래야 트렌드 리더가 되는 거야”라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그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올 가을, 겨울에도 그 유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미니 드레스와 컬러풀한 타이즈에 이 테일러드 슈즈가 매치돼 있는 패션은 보고 또 봐도 참 구매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누가 혹 공짜로 준다고 해도 이걸 신을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니 정말이지 천재 디자이너들의 의중이 궁금할 따름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속절없는 고민은 내가 옷장 속에 가지고 있는 옷들과 매치할 때 대략 난감일 뿐이지 최근 트렌드의 최선두에 서 있는 하이웨이스트 스키니 진이나 오트 쿠튀르 느낌 물씬 나는 테일러드 수트, 울 소재의 아방가르드한 미니 드레스와 함께 매치한다고 했을 땐 되레 테일러드 슈즈가 아니라면 좀 심심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남성용 옥스포드 신발의 앞 코와 끈 묶는 디자인을 차용하고 전체적인 모양은 앵클 부츠보다 조금 낮게 생긴(일명 부티·bootie) 이 생뚱맞은, 그러나 다분히 실험적인 구두가 올 가을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는 두고 볼일이다. 하긴 장담할 순 없다. 거리에서 백화점에서 이 구두를 멋지게 소화한 여성을 보고 당장 신발가게로 달려가 “테일러드 슈즈 한 켤레 주세요”할지. 그건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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