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의 한 시민이 연 17.8%의 금리를 알리는 한 시중은행의 안내문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임금 상승과 주식 폭락 등으로 베트남의 'IMF 위기설'이 나돌면서 부산 경남 등에서 진출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장을 한창 짓고 있는 기업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사비 때문에, 이미 가동 중인 업체들은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베트남 호찌민에 1만 ㎡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는 A사. 현재 공정은 75% 수준으로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급등하는 현지 물가 때문에 공사비가 예상보다 많이 지출되고 있어 고민이다. 당초 공장 설립에 400만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으나 올해 들어 베트남 물가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치인 25%에 달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장에 280동(17센트)이던 벽돌이 현재는 1100동(68센트)으로 4배나 치솟았다.

A사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사정 때문에 완공을 앞둔 공장에 대한 투자를 늦출 수도 없다. 걱정이 많지만 지켜보는 수밖에 뾰족한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호찌민에 진출해 있는 신발업체 B 사는 올초 현지 근로자의 임금을 10% 가까이 인상했다. 하지만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베트남도 국제 원유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아 임금 인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말 기준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2%나 올랐기 때문이다. 극심한 인플레에 시달리는 베트남 근로자들은 다시 임금 인상을 바라고 있고, 일부는 사업장을 이탈하는 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 현지의 물가가 계속 오르자 파견 직원들의 생활고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말 베트남에 진출한 자동차부품업체 C사는 지난달부터 파견 직원 20명의 생필품을 원자재 컨테이너에 실어보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베트남 음식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이 있고 베트남에서 파는 한국 음식값이 너무 올라 식료품과 생필품을 직접 보내고 있다. 물가가 너무 많이 뛰어 직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거래업체의 도산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기계부품업체 D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모든 부품을 조달할 수 없어 일부는 베트남 기업과 거래를 해 왔다. 만약 베트남의 경제 위기가 심화돼 이들 기업이 도산하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돼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에서 베트남에 파견나가 있는 공무원 곽동순 씨는 "베트남의 경제 여건은 중소기업들 특히 저임금을 이용한 단순 임가공업(섬유 봉제 신발 등)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들 업종에는 부산권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베트남 정부의 노력과 외국 투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연말께면 회복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는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