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고물가와 불경기 탓일까. 고가의 기능성(Performance) 제품보다는 중저가의 ‘라이프 스타일 패션’이 대세다. J-Style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SA(세계신발협회·World Shoe Association) 쇼’에서 직접 확인한 스타일 트렌드다. WSA쇼는 미국 최대의 신발 박람회로 이탈리아의 ‘밀라노 신발 박람회(MICAM)’, 독일의 ‘뒤셀도르프 신발 박람회(GDS)’와 함께 세계 3대 신발 이벤트다.

95개국 10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 WSA쇼에는 3만7000여명의 신발업계 관계자로 북적였다. 전시된 제품 중 상당수는 각 브랜드에서 준비한 야심작으로 아직 시장에 공개되기 전이어서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는 부스도 상당수에 이를 만큼 눈치작전이 치열했다.


◇복고 열풍은 계속된다=전 세계로 확산중인 테크토닉 스타일(J-Sytle 2월 20일자 20면)에서 핵심 스타일로 자리잡은 하이탑(발목이 복사뼈까지 올라오는 신발)은 내년에도 여전히 유행할 전망이다. 현지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미국의 ‘라이프 스타일 패션’ 브랜드인 ‘스케쳐스’ 역시 하이탑을 주력으로 내놨다. 부스에서 만난 제니퍼 클레이 부사장은 “요즘 1980년대 복고풍이 유행하면서 하이탑 스타일 인기가 대단하다. 내년까지도 에나멜 소재를 사용해 광택이 나면서 색감이 화려한 하이탑 디자인이 대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탑 스타일은 80년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이다. 요즘 스타일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투박하던 농구화 형태에서 날렵한 디자인과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무늬의 스타일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 하이탑이 계속 인기를 끄는 이유는 통이 아주 좁은 스키니진에도 어울리지만 올해 뜨고 있는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키높이 깔창을 넣어 신어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러피안 캐주얼 브랜드인 라코스테는 창사 75주년을 맞아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유행인 하이탑 스타일에다 에나멜 소재를 가미해 깔끔한 느낌을 주는 ‘그래듀에잇 펑크’ 제품이 단연 눈에 띄었다. 오렌지 컬러 블록과 신발 옆면의 악어 스티치가 감각적이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라=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신발메이커 비브람(Vibram)의 ‘파이브 핑거’였다. 언뜻 보면 발가락 양말로 착각하게 생긴 파이브 핑거는 무척 가벼운 데다 접지력이 뛰어나 어떤 지형에서도 편안한 보행을 가능케 해준다고 한다.

손을 안 쓰고 선 채로 신발 끈을 조여 맬 수 있게 해 주는 칼리오(Calio)의 ‘오토타이 테크놀로지’도 바이어들의 호평을 얻었다. 운동화 뒤축에 롤러가 달려 있는 이 신발은 신발을 신은 채 롤러를 쭉 밀면 1초 만에 신발끈이 꽉 조여진다.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부스 직원은 “이 롤러는 부산에 있는 공장에서 만든 것”이라며 반겼다.

아웃도어 슈즈로 유명한 머렐(Merrell)은 등산화 라인업인 ‘카멜레온 시리즈’의 신제품을 꺼냈다. 방수 재질의 누벅 가죽과 그물처럼 구멍을 뚫어 공기 순환을 좋게 한 메시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다. 발가락 부분에 고무 범퍼를 적용해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였으며 발 건강을 위해 안티박테리얼 소재를 입혀 항균 기능을 가미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