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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cm의 관능 그리고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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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의 부활…올봄 로맨틱 패션 꽃핀다
노랑ㆍ자주ㆍ분홍등 화려한 컬러 섬세한 깃털ㆍ
화려한 꽃장식 女心유혹
마돈나“남자보단 마놀로 블라닉…”
‘힐 예찬論’오늘날에도 유효
하이힐이 부활했다.
지난 몇 년간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계속됐던 플랫슈즈(굽이 거의 없는 신발),
로퍼(굽 높이 2~3㎝ 정도의 구두) 등의 단화나 다양한 길이의
부츠 유행은 이제 ‘한물갔다’.
서부 영화에 나옴 직한 웨지힐(통굽이 달린 힐)이나 얌전한 숙녀용 구두인 펌프스(구두코 모양이 둥글고 신고 벗기 편한 굽 높이 5~6㎝ 정도의 힐)도 올 시즌 유행할 하이힐에는 동참하지 못한다.
하이힐 중에서도 가장 고전으로 꼽히는 ‘스틸레토(Stiletto) 힐’의 시대가 돌아왔다. 가늘고 높은 굽에 날카로운 구두코의 하이힐 또는 변형된 오픈토(발가락 부분이 트인 것) 하이힐이 바로 그것.
이는 올봄 로맨틱하면서도 섹시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도발적인 패션이 유행하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하이힐의 복귀로 발의 ‘수난 시대’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올봄 거리는 더 길고 매끈해 보이는 각선미의 여성들로 가득 찰 전망이다.
하이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욕망의 도구’로 일컬어진다.
일본의 게이샤나 중국의 후궁들은 아찔한 높이의 통굽이 달린 나막신을 신었고, 터키 군주의 첩들도 규방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터무니없이 높은 굽의 구두를 착용해야 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루이 14세 시절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하이힐을 신었다고 전해진다. 이 당시 구두들은 모두 하이힐의 전신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으나,
요즘 유행하고 있는 섹시한 느낌의 하이힐과는 디자인이 많이 다르다.
현재 모습의 하이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 데에는 영화의 힘이 컸다.
“가르보는 없다. 디트리히도 없다.
오직 루이스 브룩스만이 존재한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가.
지난 1920~30년대에 유행을 이끌었던 여배우 루이스 브룩스. “그의 8할은 하이힐이 만들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가 신은 검은 새틴 하이힐을 보고 일종의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지만, 동시에 헤어나올 수 없는 하이힐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이어 1950년대 초 ‘스트립쇼의 여왕’ 디타 폰 티즈가 알몸에 ‘크리스찬 루브탱’의 하이힐을 신었을 때 하이힐의 섹시한 매력은 대중에 확실히 각인됐다. “하이힐은 내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을 준다”면서 ‘페라가모’의 11㎝ 굽의 하이힐을 10년 넘게 애용한 메릴린 먼로도 이에 일조했다.
영화 ‘세브린느(Belle de Jour)’에 ‘로저 비비에르’의 하이힐을 신고 나와
그 해에만 20만켤레나 팔리게 한 배우 카트린 드뇌브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지미추’의 스틸레토(힐)를 받는 순간, 넌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 덕분에 한때 ‘지미추’ 구두가 동난 적이 있었다.
이처럼 하이힐은 영화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하이힐은 과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새틴이나 에나멜 등 그 소재는 비슷하나, 유머러스하면서도 독특한 프린트나 과감한 장식 등이 첨가됐다는 점에서 예전과 다르다.
특히 귀네스 팰트로나 케이트 모스 등 세계적인 스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로저 비비에르’는 올해 창의적이며 감각적인 디자인의 하이힐을 내놓으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하학적인 사각 모양의 프린트를 사용한 힐은 코 부분과 옆면, 구두 안쪽의 바탕 색상으로 각각 옐로.퍼플.블랙을 사용해 화려할 뿐 아니라 강렬해 보인다.
또 새의 깃털을 구두 겉면에 붙인 듯한 힐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여성스러움을 과시하는 한편, 핑크.옐로.화이트의 깃털 형태는 따뜻한 봄의 느낌을 전해준다.
발등 부분을 과감하게 노출하고, 특히 더 가늘고 긴 힐을 사용한 블랙 슈즈는 앞부분을 커다란 장미로 장식해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했다. 이 힐은 색상과 디자인이 분명한 대조를 이루는데, 화이트.레드를 주된 컬러로 사용한 풍성한 장미 장식과 블랙 컬러의 가늘고 긴 힐이 대조되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힐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장미 가시를 표현한 듯한 뾰족한 부분이 있어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위트감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시트콤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가 강도에게 “‘펜디’ 바게트백(옆구리에 끼고 다닐 수 있도록 납작하게 만든 가방)이나 반지, 시계는 다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블라닉’ 구두만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해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고가의 구두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도 올봄엔 스틸레토 힐을 차용한 오픈토 슈즈를 트렌드로 제시했다.
‘마놀로 블라닉’이야 본래 아찔하게 가늘고 높은 굽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지만, 올봄엔 ‘알록달록 반짝반짝’ 화려한 색상을 띤 에나멜 소재의 하이힐들이 특히 더 탐스럽다.
‘지미추’ 역시 올봄엔 오픈토 스타일의 하이힐로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도 마찬가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이번 봄을 위해 운동화 끈과 스틸레토 힐을 함께 사용한 구두를 선보였다.
스포티함과 여성스러운 세련미를 동시에 표현했으며, 화이트와 블랙을 혼합해 깔끔함을 강조했다.
‘MCM’ 또한 구두 앞부분에 구멍을 낸 화려한 색상의 하이힐을 내놓으며 올봄 하이힐의 부활을 입증했다.
세계적인 가수이자 섹스 심벌인 마돈나는 “나는 섹스보다 ‘마놀로 블라닉’이 좋다. 남자보다 하이힐이 더 오래간다”는 말로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러나 놀랄 일이 아니다.
하이힐은 남성에게나 여성에게나 그 자체로 원색적인 욕망이고, 터질 듯한 도발이다.
여성들의 감춰진 욕구가 하이힐로 표출될 올봄은 유독 매혹적일 게 분명하다.
김이지 기자(eji@heraldm.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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