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엘레강스는 시즌이 바뀔 때마다 들끓는 유행과 자신만의 개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신사복의 ABC와 화려한 색상을 적절하게 코디하는 능력을 갖출 경우 패션리더로 떠오를 수 있는 기본 자질을 갖춘 셈이다. 한동안 남성패션에서 어두운 이미지가 주류를 이뤘고, 블랙 컬러가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올봄 남성복에는 브라운 컬러 열풍이 불고 있다. 부드러운 흙과 자연을 연상케 하는 브라운 컬러가 유행하고 있는 것은 밝은색을 선호하는 이번 시즌의 특징과 품위와 격식을 중시하는 전통적 가치가 절묘하게 뒤섞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패션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대충맨’과 달리 남성복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편안한 남성미 물씬 풍기는 브라운 계열 슈트 = 봄·여름 시즌에 브라운 슈트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최근 선보이는 브라운 계열 슈트는 기존의 보수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울실크와 같은 경량 소재를 써 훨씬 가볍고 날아갈 듯한 느낌을 준다. 밝은 회색 기운이 감도는 그레이시 브라운이나 베이지 브라운처럼 부드럽고 세련된 색감을 살리고 있다. 과거 정장이 갖고 있던 딱딱하고 고정적 이미지를 깬 브라운 계열 슈트는 신선한 감각의 새 슈트에 목말라했던 30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신사복 브랜드 갤럭시의 경우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지난 시즌 5% 미만이었던 브라운 계열 슈트 비중을 20%로 대폭 늘렸다. 슈트 외에 브라운 계열 블레이저 재킷도 패션을 즐기는 직장인들을 열광케 한다.

◆ 예복용 브라운 슈트도 등장 = 브라운 슈트는 다른 색상에 비해 클래식하고 신사의 기품이 느껴진다. 기본 색상에서 한발 벗어나 당당한 태도와 유머감각, 신선함을 찾는 예비 신랑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복용으로는 투 버튼의 라이트 브라운 슈트가 선보이고 있다. 일반 모노톤 슈트가 무난한 느낌이라면 브라운 계열 슈트는 감성적이고 감각적 느낌을 전달한다. 풍부하고 깊은 색감이 고급스러워 보이며 남들과 다른 색상의 슈트를 소화했다는 우월감도 부여한다.

◆ 브라운 슈트 코디법 = 브라운 계열 슈트는 비슷한 유사 계열 컬러와 매치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브라운 슈트를 입고 흰셔츠에 베이지 실크 타이를 매치하면 어울린다. 단, 머리부터 발끝까지 톤이 똑같은 브라운으로 코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빨질레리 이은경 디자인실장은 “브라운 계열 슈트는 잘 입으면 패션리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제대로 코디하지 않으면 어색해 보일 수 있다”며 “브라운 계열 슈트에는 톤이 다른 유사계열 컬러끼리 맞춰 입는 톤온톤 (tone on tone:동일 또는 유사색상을 2가지 이상의 톤으로 조합) 코디가 가장 세련되고 손쉽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브라운 계열 슈트를 입기가 부담스럽다면 오프타임에 베이지나 브라운 블레이저 재킷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에는 흰 면바지에 노타이 흰셔츠나 니트를 코디하면 잘 어울린다.

패셔너블한 취향일 경우 톤온톤 코디에서 더 나가 네이비 컬러를 포인트로 활용해보자. 네이비 컬러의 타이나 행커치프를 활용하면 훨씬 감각적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 브라운 구두 유행 = 패션의 중심지 밀라노의 남자들은 슈트에 거의 브라운 구두만 신는다. 블랙 구두만 고집했던 한국 남성들도 변화하고 있다. 브라운 구두는 세련된 연출이 가능하다.

브라운 슈트로 톤온톤 코디를 시도한다면 반드시 브라운 클래식 구두와 브라운 컬러 벨트를 매치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브라운 색상은 여러 방식으로 변조되고 있다. 맞춤 구두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브라운의 가짓수만 최소 30가지 이상이다. 가벼운 느낌의 밝은 브라운부터 벽돌색 느낌의 레드 브라운, 와인빛이 감도는 브라운 등 다양하다.

(도움말 및 사진=제일모직)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