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 얘기도, 항구를 떠나는 고깃배 얘기도 아니다. 발뒤꿈치가 그렇다. 높이가 콧대인 양, 신발 굽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아차하면 삐끗할 듯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때론 무기로도 쓰일만해 ‘킬 힐(Kill-Heel)’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하이힐은 최근 몇 시즌간 여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왔다. 유행 따라 극과 극을 오가는 패션법칙은 하이힐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F/W 시즌 기둥을 세운 듯 굵직하던 힐 굽은 면모를 일신했다. 디자이너들은 올 봄·여름을 위해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을 구두 굽에 쏟아 부었다. 행여 닳을까 한발짝 떼기조차 조심스런 조각예술품이다. 프라다는 탐스런 장미 한 송이를 구두 굽에 피워올렸다. 디올은 까만 보석을 굽에 촘촘히 박아 넣어 바라만 봐도 눈부시다.
하이힐 스타일링
멋진 구두 디자인이 빛나려면 하의와의 매치에 신경쓰자. 조각작품 같은 구두에 시선이 집중되게 하려면 의상의 디테일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크리스탈이 촘촘히 박힌 구두를 신을 때 액세서리는 튀지 않는 것으로 고른다. 특히 팬츠의 실루엣은 구두 매치의 결정적 요소다. 스키니 진이 오랫동안 지켜왔던 정상의 자리를 와이드 팬츠가 탈환할 조짐이 보인다.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에는 앞 코가 뚫린 오픈토(Open-Toe) 하이힐을 추천한다. 발가락이 적당히 노출되는 오픈토 슈즈는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와이드 팬츠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그남자, 발목 잡혔다
남성용 신발들도 과히 티 안나게 도약을 시작했다. 발목 선이 길게 올라오는 하이탑 운동화는 이미 패션에 관심 많은 남자들의 필수품이다. 힙합이나 빈티지 스타일과 어우러졌던 이 아이템이 세계적인 남성복 컬렉션의 런웨이를 과감히 점령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스니커즈 타입, 발목 부분이 좀 더 스포티하고 두툼한 농구화 타입, 그리고 군화 스타일의 가죽소재 하이탑이 눈길을 끈다. 청바지 뿐만 아니라 수트에 매치해도 상당히 스타일리시 하다. 바지 끝단을 신발 속으로 대충 구겨넣는 것이 스타일링 포인트.
트렌드 슈즈의 수식어 ‘Hig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