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기능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야. 자기 정체성을 아이콘화해서 표출하는 것과 같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대사다. 흔히 “바로 저 백이야”라는 감탄이 서린 말로 현재 제일 잘 나가는 것을 상징하는 ‘잇’ (It)이 서서히 패션을 넘어 삶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직장인 강수진(27)씨는 최근 큰 마음을 먹고 명품 구두 한 켤레를 구입했다. 유명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 브랜드쇼가 열광했고,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앞다투어 구입한다는 잇슈즈가 바로 그것이다.

대학생 류혜은(25)씨는 뉴욕의 잇걸들의 삶을 보여주는 미국 드라마 ‘가십걸’에 빠져있다. 지난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주인공이 메고 나온 가방을 구입할 예정이다.

어느 순간부터 ‘잇걸(It-girl)’ ‘잇백(It-bag)’ ‘잇슈즈(It-shoes)’ 등 그 뜻을 단박에 알 수 없는 용어가 등장해 인터넷·패션 잡지는 물론 신문·방송을 뒤덮으며, 패션과 소비 그리고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잇’은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일 잘 날가는’ 아이템을 지칭한다.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에서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여성을 ‘잇걸’이라 표현한 후 가방·신발 등으로 파생되며 확산되고 있다. 이 용어는 ‘That’s it’의 줄임말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브랜드와 제품에 활용되던 용어 ‘잇’의 쓰임이 최근 IT분야의 마케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자사의 노트북 브랜드 센스의 슬로건을 ‘it SENS’로 바꾸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고, 언제 어디서든 빛나는 최고의 노트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성능은 기본이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노트북을 선택한다. 센스는 2008년도 톱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소비자들에게 최고로 어울리는 노트북임을 강조하기 위해 it SENS로 슬로건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근 센스는 봄을 맞아 핑크·오렌지·라임 등 화사한 컬러 IT 제품 대거 출시했다. 다양한 색깔과 고급스러운 문양이 들어간 제품으로 젊은 소비자 층의 ‘잇 노트북’으로 자리매김하여, 국내 1위 노트북 브랜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데스크톱PC, 모니터 '싱크마스터 T', 잉크젯 복합기(SCX-1455C) 등도 출시했다.

국민카드도 작년 말 ‘It card’시리즈를 출시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it card’ 시리즈는 디자인에 팝 아트적 요소를 반영하고 일반적인 가로디자인이 아닌 세로디자인을 채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잇폰카드’와 ‘잇스터디카드’는 휴대폰과 자기계발이 트랜디하고 역동적인 젊은 층의 주요 니즈라는 점에 착안되었다.

화장품 업계 역시 ‘잇’이라는 용어를 제품 이름으로 활용, 활발한 ‘잇’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출시한 캐시캣 ‘잇-비비크림’, 스틸라가 선보인 ‘잇-글로스’ 등이 그것이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