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트렌드 분석 미리보는 하반기 유행
'2009년 트렌드 코드'는 무얼까. 스타일리스트·트렌드 분석가·백화점 바이어 등 전문가 10인에게 "상반기 유행 상품, 딱 하나만 산다면?"을 물어봤다. 올 상반기 패션 트렌드를 결산하고, 하반기 유행 경향을 전망해본다.◆남자는 '큰 가방', 여자는 '옛날 가방'.
답변 10명 중 8명이 남자들이 드는 큰 가방(빅백) 트렌드를 언급했다. 트렌드 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의 김도연 부장은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빅백이 남성에게 옮겨졌다"며 "아령이나 벤치 프레스를 하는 것처럼 크고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얼마 전 끝난 KBS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 지진희가 들고 나와 히트한 멀버리의 빅백이 그 대표적이다. 가로세로 길이가 45~50㎝ 가까이 되는 가방들이 일명 '지진희 가방'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는 "최근 들어 직사각형 가방뿐만 아니라 보통 여행용 가방으로 쓰이던 스타일까지 메고 다니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가을 가방으로는 송치 소재가 눈에 띈다. 아르마니·YSL·불가리 등에선 송치 소재로 된 빅백을 내놓았다. 반면 여자들의 어깨는 조금 가벼워졌다. 답변자 10명 중 4명이 클래식 백의 대명사 격인 '샤넬 2.55'를 언급했다.
◆'잇 슈즈'의 시대가 온다.
트렌드 정보사 PFIN의 이정민 대표는 "2009년은 가방보다 신발이 더 중요한 시즌"이라고 말했다. 차이가 있다면 가방의 'it'이 주로 '그' 브랜드, '그' 모양이었다면 슈즈는 '그' 스타일. 상반기는 전사풍의 글래디에이터 슈즈가 여성들의 발을 사로잡았다.
역시 인기를 모았던 '킬러 힐'은 하반기엔 더 독해질 전망. 11㎝ 높이는 보통. 20㎝ 굽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뒷굽이 너무 높아 휘청댈 수 있기 때문에 앞엔 속칭 가보시를 넣은 플랫폼 슈즈 모양을 띠는 게 대세다. 특히 굽 자체가 거의 연필 모양으로 1자로 뻗은 '펜슬힐' 혹은 '니들(바늘)힐'이 강세다.
재미있는 사실은 업계와 소비자 모두 킬러 힐에 열광하고 있는 사이, 패션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단화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모델이 된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최근 힐을 버리고 낮은 샌들을 신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성일·최혜련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레페토의 화이트 에나멜 단화같이 편하면서 발 모양도 예뻐 보이게 하는 신발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허리 주변을 감싸던 거대한 허리띠를 최근엔 볼 수 없는 게 특징. 소녀시대의 의상을 맡고 있는 최혜련 스타일리스트는 "이제 벨트의 시대는 갔다"며 "대신 짧은 베스트(조끼)나 반바지 형태의 크롭트 팬츠로 허리 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스타일이 인기"라고 말했다. 다만 남성 수트용 벨트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황의건 오피스h 대표는 시즌을 타지 않는 프라다의 벨트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는 콜롬보의 컬러 벨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선글라스와 시계는 대단히 유행을 탈 것 같았지만 의외로 '정통 브랜드가 최고'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불가리 배지인 홍보부장은 "자판 속 작은 원 안에 서브 워치가 들어 있는 크로노그래프를 도입한 스틸 워치가 여전히 인기가 높은 가운데, 가죽이나 러버 밴드 역시 최근 들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청바지는 '워싱진'의 인기가 이어질 전망. 과거 프리미엄진의 대세였던 트루 릴리전의 시대가 가고 로빈스 진(신세계 최재혁)이나 발맹 워싱진(황정희)의 인기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뜨는 브랜드로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왕과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로 불리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국내 브랜드로는 김재현의 자뎅 드 슈에뜨가 꼽혔다.
전문가 그룹 김도연 인터패션플래닝 부장·김지숙 패션 플러스 팀장·이정민 PFIN 대표(트렌드 연구원). 김성일·김은형·최혜련·황정희(스타일리스트). 최선희 CJ미디어 패션 프로그램 기획위원(패션기획)·황의건 오피스h 대표(칼럼니스트). 신세계 백화점 김은겸·김현정·이경무·최재혁(바이어팀)
-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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