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최형석 씨는 얼마 전 백화점에서 살롱화 한 켤레를 장만했다.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신어온 K제화 제품 대신 대학생 아들이 원하는 S브랜드 남성(옴므) 라인 구두를 산 것.

그는 "살롱화는 20ㆍ30대나 신는 신발로만 여겼는데 막상 신어 보니 다자인이 날렵하고 구두 자체가 무겁지 않아 만족스럽다"며 "무엇보다 아들과 같은 브랜드를 신는다고 생각하니 마음까지 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 속 구두시장에서 전통화에 비해 가격이 20~30%나 비싼 살롱화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에는 전통화 주 고객인 40ㆍ50대 중장년층 소비자마저 살롱화로 돌아서면서 국내 제화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고급 제화 유통경로인 백화점에서 살롱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메이저 3개 백화점 구두 매출은 연간 5800억원 정도며, 이 중 살롱화가 70%가량을 차지한다. 최근 5년 새 살롱화 점유율은 40~50%에서 70%까지 높아졌으며 앞으로도 계속 신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달 초 금강제화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퇴출된 것은 전통화 하향세를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금강은 업계 선두지만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는 살롱화에 밀려 상위 5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매출 바로미터 격인 롯데백화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금강 에스콰이아 엘칸토 랜드로바 영에이지 등 5개 전통화 브랜드 매출 신장률이 △2006년 -2.0% △2007년 -3.3% △2008년 -5.1%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탠디 소다 미소페 등 20여 개 살롱화 브랜드 매출 신장률은 △2006년 5.2% △2007년 9.5% △2008년 12.1%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살롱화 중 슈콤마보니 등 디자이너화 5개와 나인웨스트, 캠퍼 같은 수입화 7개 등 모두 12개 브랜드 매출 신장률은 △2006년 55.8% △2007년 25.9% △2008년 42.4%였다.

살롱화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 고객 취향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철희 현대백화점 구두바이어는 "살롱화는 60~70%를 개인별 맞춤 판매한다. 고객 기호에 따라 장식, 굽높이를 맞춰 주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디자인으로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전통화는 완제품만을 고집하고 최근 트렌드 반영이 미흡한 데다 제화상품권 할인율이 높아져 제품가치가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락세를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화 대표 격인 금강제화 지난해 매출은 전년에 비해 3.9% 하락했다. 백화점 매장이 5.8% 하락했으며, 직영점 등은 전년 수준이다. 반면 살롱화 대표 브랜드인 탠디는 롯데백화점 내 메가숍 확장 등에 힘입어 지난해 20%가량 매출이 올랐다.

금강제화 측은 "백화점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 불황으로 회사 매출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 <용어>

살롱화 = 맞춤복처럼 고객이 원하는 대로 직접 맞춤 제작해 주는 구두다. 국내에선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기성화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만드는 탠디 소다 세라 등 브랜드에서 내놓는 구두를 의미한다.

매일경재 -김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