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유럽·중동·미국 등 각 시장별로 정계·재계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무조건 신발을 보냈다. 직접 찾아간 적도 있고, 현지 대사관을 통해 전달한 적도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면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280족의 신발을 보내고, 중동 지역 정계 인사들에게 300족이 넘는 신발을 무상으로 보내는 식이었다. "기능성 신발은 신발 밑창 구조가 둥그런 모양으로 돼 있어 걸으면서 운동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인데,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신어서 그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이런 마케팅 전략이 결실을 본 것은 지난해 12월. 린코리아 배철호 경영전략실장은 "두바이 국왕이 린을 신고 허리 통증이 없어져 자기 나라 공무원 9만여명에게 신겨야겠다고 말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며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린이 허리 디스크나 비만,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처방전으로 쓰이게 됐다"고 전했다.

이를 계기로 린코리아는 최근 UAE '알파제르 그룹'과 중동 전 지역에 린 판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올해 중동 지역에서만 1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잡아놨다.

◆우수 인력을 연구·개발에 투입

토종 연구·개발(R&D) 인력을 활용한 끈질긴 노력도 고속 성장의 비결이다. 린은 전 직원 200명 중 30명이 R&D 부문에서 일한다. 매년 매출 5% 이상을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통적으로 '신발 강국'인 한국 신발 업계엔 10~20년 이상 현장에서 기술을 익힌 장인들이 많다"며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던 30여명의 신발 장인을 끌어모아 자체 R&D 센터를 설립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최근 이런 노력이 결실을 봤다. 린코리아는 지난 1월 말 엠베테(MBT) 본사가 독일의 특허법원에 제소한 밑창제조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독일 법원이 독일 기업 대신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기능성 신발의 핵심인 밑창 구조. 독일 특허법원은 엠베테 제품은 신발 밑창이 딱딱한 삽입물과 부드러운 스펀지로 구성돼 있는 반면, 린코리아 신발은 이 같은 구분 없이 하나의 탄성 재질로 이어져 있는 것으로 판결했다. 독일 법원 판결로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한 기능성 제품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린코리아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유럽 지역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매년 회사 매출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야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